다산 정약용선생은 조선의 몇 안 되는 장수했던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18년의 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낸 선생이 장수를 하게 된 비결을 꼽는다면 그건 단연 직접 농사를 짓고 자신의 채마밭에서 수확한 제철채소를 밥상에 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선생이 문집에 남긴 기록을 보면 여름채소 중 아..
어릴 때를 기억하자면 집집마다 누에를 키우는 방이 따로 하나씩은 있었다. 누에가 먹는 것은 오로지 뽕잎이어서 좀 사는 집에서는 뽕밭을 따로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집은 산에 가서 뽕잎을 따와야 하므로 많은 양의 누에를 키우지는 못했던 것 같다. 파리똥만한 누에의 알이 놓여있는 종이를 면에 가서 받아다..
강진에서 긴 유배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농사를 짓고 건강을 챙겼던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농가월령가>를 펴냈다. 몇 백 년이 흘렀지만 농가월령가는 단순히 고문헌으로 분류되어 서가에 꽂혀 있지 않고 농사를 짓는 많은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농가월령가에 의..
홍동엘 갔었다. 내가 좋아하는 홍동엘 갔었다. 농촌에서 살아보려는 젊은이들이 모여 농사도 배우고 하고 싶은 일들도 실험적으로 해보는 농장이 있어서 그곳에 갔었다. 이십 대의 젊은 친구들이 된장을 담아보고 싶다고 하여 재능기부 강의를 한 번 다녀왔었고 그리고 그 장을 가르기 위해 그 농장에 두 번째 방문을 했었..
닭고기는 육류 중에서 가장 지방의 함량이 적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면서 풍부한 단백질로 노인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비교적 좋은 식품이다. 성질이 따뜻하고 단맛이 있으며 소화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으므로 허약체질인 사람, 병을 앓고 난 사람, 산후 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 기혈이 부족한..
잎이 피지 않은 봄의 숲은 황량함이 겨울의 숲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추운 겨울 끝에 봄이 되면 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나무줄기 끝에서 나뭇잎이 하나 둘 피어나면 숲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서 푸른빛을 가진 새순 하나가 주는 기운은 희망의 다른 이름인 것처럼 느껴진다. 겨우내 암흑의 땅속에서 간직했던 기운을 온..
들국화라는 그룹의 노래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부른 노래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 좋아서 미친 듯이 듣고 흥얼거리면서 다녔던 시간들이 있었다.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등 노래제목을 이어 붙여 문장을 만드는 말놀이 따위를 하면서 낄낄거리고 다녔었다.
봄에 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봄의 양기를 듬뿍 가지고 있는 봄나물만한 것이 없다. 대부분의 봄나물들은 떨어진 입맛을 살려줄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겨우내 부족했던 신선한 채소의 영양소들을 공급할 수 있으니 이 봄에 꼭 필요한 식재료들이라 할 수 있겠다.
계속 미루던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분노를 삭이거나 눈물을 참는 게 싫어서 봐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미루고 또 미루다 최근에서야 그 영화를 보았다. 내용을 알고 보는 영화이고 사람의 감정을 극도로 자극하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놈의 멍게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지리산에 살면서 해마다 봄이 되면 만나게 되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마을에 살지 않는 낯선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으로 큰 배낭을 메고 몰려와 온 산을 뒤지고 다니는 모습이다. 해질 무렵이 되면 등에 매달린 배낭이 버거워 보일만큼 한 짐씩 지고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 전엔 경칩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10cm는 쌓였었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그냥 전해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봄의 기운을 이길 장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가보다. 하우스 안이 아니라도 여기저기서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자기를 쳐다보라며 갖은 아양을 떨고 있으니 말이다.
강의를 하러 다니다 보면 별별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그 중 자주 일어나는 것이 강사인 나를 교육생으로 알고 자리를 안내하는 일이다. 게으른 성품을 바쁜 일정 탓으로 돌리고 늘 맨얼굴. 평상복으로 다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나 그런류의 오해는 교육생을 바라보는 나의 판단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우리 집 마당에는 손바닥만한 텃밭이 하나 있다. 요즘처럼 이른 봄에는 그 텃밭에서 잔대나 삽주. 방풍 따위의 약성이 있는 새싹이 올라오니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뜯어 요리조리 해먹으며 춘곤증과 싸운다. 그러다 날이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 약용식물 옆에 상추나 열무. 근대 등을 심어 먹고 그렇게 여름이 지나면 그곳에 김장배추를 심는다.
나에게는 책이 참 좋은 친구여서 박완서 선생의 작품들과 친구로 지낸 시간이 족히 몇 년쯤은 되고. 오정희 작가의 &lt유년의 뜰&gt이란 작품에 반해 여성작가들의 소설만 읽으면서 지낸 시간도 꽤 오래였다.
당근은 지용성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기름기 있는 재료와 함께 익히는 조리를 해서 먹어야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당근을 갈비찜이나 닭복음탕 등에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굵직하게 썰어 넣으면 참 애매하여 조리하기 힘들다. 속까지 익히려면 겉이 물러져 크기가 줄어들고. 모양새가 잘 잡히면 속이 덜 익어 서걱거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겨울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았는데 오늘이 벌써 입춘(立春)이다. 이제부터 햇살은 더욱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거릴 것이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할 것이고 대지의 곳곳에서는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게 될 것이다.
&lt모든 것은 흙속에 있다&gt는 책을 펴낸 게으른 농부 이영문 선생의 태평농법이 세상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남편을 따라 거창엘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연 선생의 생각이나 농법이 세상에 얼마나 받아들여질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강진에 문상 갔다 이틀 만에 돌아온 남편이 몸보다 먼저 흰 상자를 불쑥 들이밀고 뒤따라 들어온다. 매생이 덩이가 족히 스무 개는 되나보다. 고향이 완도라는 걸 기억하고는 있지만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살다보니 남편이 그렇게 좋아하는 갯가 음식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계절을 넘기기 일쑤다.
시래기는 김장무의 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말려두었다가 긴긴 겨울 채소가 부족한 밥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의 재료이다. 어떻게 보면 자칫 쓰레기로 버려지기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의 지혜에서 재탄생한 보물 같은 것이 시래기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늘 어머니의 음식과 만난다. 바쁜 나를 대신해 밥상도 차려주시고 가끔은 교육에 필요한 도움도 주시니 그렇다. 더러 밖에 나가서 매식을 하는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집밥에 대한 갈증으로 또 다시 어머니의 음식과 마주 하게 된다. 그런 만남 중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는 단연 콩이다. 콩의 변신은 화려해서 맛이나 모양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대접을 받을 것이 없고 시간도 담기고 정성도 ...